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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일상] 치팅데이에 먹은 치돈, 명란파스타, 디저트

 

 몇일전부터 대청소를 한다고 물건을 끄집어 내고 여기왔다 저기왔다갔다 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집안일은 해도 해도 끝이 안보인다.
특히 옷장 정리가 가장 힘들다. 어느 옷을 버리고 말것인지 삼일을 넘게 정리해도 끝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난 정리정돈에는 영 재능이 없는 듯 하다.
결론은 유노윤호가 가장 싫어한다는 “대충대충”으로 마무리하고 말았다. 중고 용품으로 판매할 물건들도 대충 정리하고 나니 오늘은 요리할 기운도 기분도 나질 않는다.

그 와중에 친구의 밥먹으러 나가자는 악마의 속삭임
악마의 유혹에 한참을 고민했다.
마지막으로 청소기를 한번 돌리는 동안 몇번이나 고민을 한 것 같다. 코로나가 안정되지 않은 순간에 나가도 될지 말지. 오늘같이 귀찮은 날, 한번쯤은 나갔다 와도 괜찮지 않을까?
결국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가
친구와 함께 외식을 하러 나갔다.

친구 추천으로 간 한 카페겸 레스토랑.
사람은 많지 않았고 다행히 각 테이블 자리 사이에 큰 유리 칸막이가 있었다. 게다가 한 테이블 건너 하나씩 자리를 띄운채 손님들을 받아 약간은 안심이 되었다.
직원들도 당연히 모두 마스크와 위생 장갑을 끼고 있었고 입구에서는 체온 체크를 한 뒤 좌석에 착석할 수 있었다.

친구가 명란 파스타가 하도 맛있다고 나를 데리고 나가려고 어찌나 애를 쓰며 리액션과 호들갑은 또 어찌나 크게 하던지.한번은 내가 친구의 소원을 들어줘야겠다 싶었다.
이럴때 나는 특히 먹는 거 앞에서는 거절을 못한다. 이 친구는 나의 약점을 잘 이용하는 영리한 친구다.

 

 그래서 우린 치돈과 명란 크림 파스타를 주문하고 그 뒤에 후식으로 디저트를 먹기로 했다.

 

 치돈 비주얼은 일단 나쁘지는 않았다. 샐러드에 감자튀김 그리고 밥도 같이 나왔는데 약간은 분식 세트를 먹는 듯한 느낌이다. 돈가스의 크기가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안에 들어 있는 고기의 양은 적지 않은 편이었다. 하지만 치즈의 양은 만족스러운 정도는 아니라 그냥 한끼 배 채울 정도의 식사에 그쳤다. 치돈이 메인이지만 샐러드와 감튀가 맛있는 다소 실망 스러운 식사였다.

 

다음으로 내가 그렇게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른 명란 크림 파스타. 친구 또한 엄청 나이스 맛있는 곳이라며 나를 끌고오는데 성공한 그 메뉴라 기대감이 매우 컸다.
처음 접시를 받고 보니 명란의 양이 굉장히 작았다는 데서 일단 점수가 깎였다.
그래도 일단 주문한 거니 계란과 명란을 파스타와 함께 섞어보았다. 그 뒤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명란은 다 어디에...?’
워낙 명란 양이 작다보니 파스타에 섞으니 크림소스 속에 묻혀 명란이 보이질 않는다.
그렇게 나이스 하다던 명란 파스타는 실망만 안겨주었고 난 친구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너가 만든 파스타가 훨씬 맛있어’
이 친구는 파스타 매니아인데 크림소스부터 알리오 올리오까지 다양한 파스타를 섭렵하고 있다. 나의 실망한 말투에 친구는 언젠가 꼭 명란 파스타를 나에게 만들어주겠노라 약속했다.

 

 이왕 나온김에 뽕을 뽑자며 디저트도 1인 1메뉴를 주문했다. 이번에도 리액션이 매우 큰 이 친구는 토스트 위에 휘핑크림이 올라간 이 메뉴가 맛있다며 메뉴가 나오기도 전에 폭풍 칭찬을 하기 시작했다. 서빙 받는 직원에게 휘핑크림이 올라가는지를 두세번 확인하고 난 후에야 안심을 했다.
그렇게 칭찬일색이던 이 메뉴는 아주 달아서 당연히 맛이 없을 수 없는 맛이었다. 토스트를 어찌 이렇게 폭신폭신하게 했는지 모르겠다며 또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나도 여자지만 여자들은 정말 디저트를 사랑한다.


솔직히 그닥 땡기는 디저트가 없었던 나는 그냥 딸기가 올라간 팬케이크를 주문했다.

 싱글과 더블 중 선택하라길래 더블을 주문했더니 빅 사이즈 팬케이크가 나왔다. 휘핑크림 위에 바닐라 아이스크림 아주 조금과 딸기 몇조각, 딸기 시럽이 올라가 있다. 그리고 메이플 시럽까지.
사실 난 팬케이크의 왕팬이 아니라 그렇게까지 맛있는 줄은 모르겠다. 그냥 이건 사진 예쁘게 찍기 좋고 또 눈으로 보기 좋은 디저트 그 이상은 아니다.
나의 마음을 눈치챘는지 친구는 나가자고 얘기하며 밖을 좀 둘러보겠냐고 물었다. 간만에 외출한 터라 조금 둘러보자고 말했지만 10분이 채 되지 않아 집에 가고 싶어진 나는 결국 집으로 일찍 귀가했다.

집으로 돌아오고 나니 어찌나 세상 피곤하고 몸이 쑤시고 아픈지 열도 나는 것 같고 그러자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집안에만 갇혀 있다가 갑자기 너무 멀리까지 외출한 걸 그제서야 후회하기 시작했다. 마음껏 치팅해놓고 이제와서 친구탓, 코로나탓을 해본다.
아니, 음식이 만족스러웠다면 나갔다온 걸 덜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괜시리 코로나 탓을 계속 해본다.
밖에 나돌아 다니길 좋아하던 나인데, 집안에만 있다보니 성향도 변하나보다.
코로나 19가 참 많은 걸 바꾸어버렸다는 걸...바깥세상을 잠깐 경험하고 나니 더더욱 몸소 느끼게 된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집안에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인데 언제쯤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여행도 가고 싶고 맛집도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싶고 예전의 일상이 점점 그리워지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