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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종각/종로3가 고기 맛집] 인생 삼겹살 '효자동 목고기' (제주산 흑돼지)

19년 12월 대학교 친구들과 송년회 겸 신년회로 찾은 삼겹살 맛집을 이제서야 올린다. 이 삼겹살 집은 이번이 두번째 방문인데 입에서 살살 녹던 삼겹살의 그 맛을 잊지 못하여 같은 친구들과 또 다시 한번 찾게 되었다. 이집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계획 없이 방문했었다. 원래 익선동의 갈매기 골목을 가려고 했는데 대기가 너무 길어 찾다가 찾은 곳이 여기였다. 처음 방문할 당시엔 시간도 많이 늦은 시각이었는데 자리가 꽉차기도 하고 가게 자체가 그리 큰편이 아니라 빈 자리가 날때까지 조금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이번엔 아예 일찍 만나기로 하고 가게 오픈 시간에 맞춰 갔다. 

 

효자동 목고기

매일 17:30 - 22:00

토요일 17:00 - 22:00

일요일 휴무

 

 

종로 3가 또는 종각역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지만 포장마차 거리에서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런 골목에 위치하고 있는 고깃집을 발견할 때면 늘 나만 아는 장소에 가는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그런 맛집인 듯 하다. 

 

저녁 6시도 안된 시각에 도착하니 가게 내부에는 딱 한팀만 있었다. 예전에 보던 꽉 차 있던 실내에 시끌시끌 북적거리던 분위기와는 달리 매우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사뭇 대조적인 느낌이라 색달랐다. 

 

 

메뉴

제주산 목고기 ---------------------18,000원

제주산 가브리살 -------------------18,000원

껍데기 ------------------------------ 6,000원

 

구워먹는 파인애플 ------------------3,000원

구워먹는 치즈 ----------------------10,000원

구워먹는 치즈+ 파인애플 ----------10,000원

 

가장 대표적인 메뉴는 목고기이며 굉장히 두꺼운 두께가 아주 보기 좋다. 삼겹살 중 목살 부위를 목고기라고 부르는 걸 처음 알았다. 그리고 이 집만의 특색있는 메뉴는 고기와 같이 구워먹을 수 있는 파인애플과 치즈다. 그외 멸치국수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자리에 앉자마자 기본반찬과 수저, 물티슈를 깔끔하게 정돈하여 차려주셨다. 기본반찬은 김치, 파무침, 양파절임, 콩나물국, 쌈채소로 깔끔하게 나오는 편이다. 인원수에 맞게 적당히 식탁에 잘 배치해주시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양념장도 가장 기본적인 소금과 쌈장을 주고 마늘은 기름장에 담가 불판에 올려준다. 

 

오늘의 주인공인 두툼한 목고기와 같이 곁들여먹는 치즈와 파인애플이 나왔다. 본래 만원짜리 파인애플+ 치즈 세트를 시키려고 했으나 인원 4명이서 먹을 땐 치즈 따로 파인애플 따로 주문하는게 훨씬 구성이 낫다고 추천해주셔서 만원짜리 치즈와 3천원짜리 구워먹는 파인애플을 함께 주문했다. 

 

여기의 좋은 점 또 하나는 사장님이 고기를 직접 구워주신다는 거다. 한창 바쁠 시간대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고기도 직접 구워주시고 맛있게 먹는 방법도 소개해주시면서 손님들과 소통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또 이집만의 특별한 주류가 하나 있었다. 소주 한라산에 더치 커피를 섞어서 만든 더치커피 한라산 소주를 판다는 것이다. 하지만 맛은 처음 혀끝에 살짝 닿을때만 커피맛이 느껴지고 끝맛은 갈수록 그냥 소주맛이었다. 더치커피와 한라산이 참으로 신선한 조합이긴 했지만 우리의 결론은 그냥 소주를 마시는게 더 낫다는 데 일치했다. 

 

 

사장님이 고기를 참 예쁘고 가지런하게 잘라 불판위에 올려 놔 주시는 점이 참 마음에 들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고 가지런하고 정갈하게 놓여 있는 고기를 보니 사진찍고 싶은 욕구와 먹고 싶은 욕구가 마구마구 솟아났다. 

목고기를 처음 먹는 사람은 꼭 그냥 고기만 한 점 먹어보고, 또 소금에 한 번 찍어 먹어보고, 그 뒤에 쌈장이나 다른 쌈, 야채 또는 김치와 함께 먹어보라고 사장님께서 추천해주셨다. 고기만 먹었을 때, 소금과 먹었을 때 또 다른 재료들과 먹었을 때 느낌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목고기만 먹었을 때 우리가 미처 몰랐던 돼지고기에서 느껴지는 육즙과 풍미 그리고 쫄깃한 식감까지 느낄 수 있었다. 의외로 돼지고기 목살의 퍽퍽함을 전혀 느껴볼 수 없었다. 돼지고기의 육즙 덕분인지 촉촉하고 부드러우면서 쫄깃한 맛이 제대로 났다. 그냥 고기만 먹어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소금과 함께 먹을 때 그 풍미와 육즙이 잘 어우러져서 더 좋았다. 

 

사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다. 목고기+치즈+파인애플 이 세가지 삼합의 조합이 바로 그것이며 이는 정말 환상이었다. 첫번째 방문했을 땐 그냥 고기맛만 보고 반했었는데 이번에 주문한 구운 치즈+파인애플 조합은 새롭고도 놀라운 경험을 선사해주었다. 

친절하게도 사장님은 파인애플 위에 치즈를, 치즈 위에 고기를 올려 주시며 고기는 이렇게 먹는 거라는 걸 한 수 보여 주셨다. 넙죽넙죽 주워먹다 보니 어느새 치즈와 파인애플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어느정도 익은 고기는 너무 타지 않게 하지만 동시에 너무 식지도 않게 작은 철판위에 올려두었다가 천천히 먹는다. 이 날 이후로 나는 집에서 삼겹살을 구워먹을 때 파인애플을 사다가 같이 구워먹기 시작했다. 파인애플은 소화작용을 돕고 피로 회복에도 좋고 게다가 맛도 좋으니 삼겹살과 찰떡궁합이 아닐까 싶다. 

 

목고기+치즈+파인애플 삼합의 조합

 

이 곳을 처음 방문하던 날 친구들이 서로 자기가 계산을 하겠다고 약간의 몸싸움을 하던게 생각난다. 두번째 방문한 겨울엔 사장님께서 이벤트 중이셨는지 여자들에겐 풋크림을, 남자들에겐 사탕을 선물로 주셨다. 기분 좋게 고깃집을 나와 우리는 고기를 먹은지 얼마 되지도 않아 2차로 육회를 먹으러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