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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말레이시아에서 즐기는 설날 '춘절' (Chinese New Year 음식, 문화)

말레이시아의 최대 명절 중 하나는 춘절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음력 설날을 지내며 공휴일(대체 휴일)도 한국과 대체로 비슷하다. 춘절이 말레이시아의 최대 명절인 이유는 다양한 인종 중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이 전체인구 중 두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은 중국인인가? 그건 아니다. 이들의 오래된 조상이 중국인으로 말레이시아로 오래전에 이주해서 터를 잡고 사는 것 뿐, 중국한번 안다녀온 친구들도, 중국어를 하나도 못하는 친구들도 많다. 어째튼 말레이시아는 모든 인종의 명절을 공휴일로 지정했기 때문에 말차('말레이시아 차이니즈'를 줄임말) 친구들에게는 춘절이 가장 큰 명절임은 틀림없다. 

 

 

빨간 물결로 물든 도시 곳곳

 

말레이시아에서 춘절이 최대 명절인 만큼 이 기간만 되면 도시 곳곳이 빨간색으로 물든다. 어느 곳을 가도 쇼핑몰을 가도 심지어 회사나 산에 가도 빨간색으로 온통 장식을 화려하게 꾸며 놓은 모습을 볼 수 있다. 가장 충격이었던 건 등산을 갔는데 그곳을 꾸며놓은 모습을 보았을 때였다. 이들에게 얼마나 의미있는 명절인지를 알 수 있었다. 

 

 

 

 

 

 

 

 

 

 

장식품 & 옷

 

쇼핑몰에 가면 장식품들 뿐만 아니라 온통 빨간 옷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말차(말레이시아 차이니즈) 친구들은 설날이 되면 쇼핑을 즐기는데 새해에 새옷을 입어야 운이 들어온다고 믿는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친구들은 속옷까지도 모조리 빨간색으로 깔맞춤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쇼핑할 핑계거리가 생기니 참 좋을 것 같지만 3년동안 쇼핑몰을 돌아본 결과 그 옷이 그옷이고 유행이 참 안변한다는 생각에 개인적으로는 쇼핑하는 즐거움이 별로 없었던 기억이 난다. 

 

 

 

왠만하면 빨간옷을 많이 입지만 자기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제일 예쁜옷을 꺼내입는다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리고 여자들은 치파오도 많이 입고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춘절 음식 "유생 YeeSang(魚生)" 

 

야채, 연어, 과자, 과일 등을 섞은 샐러드를 유생이라고 부른다. 이 문화는 춘절 시즌만 되면 중국 음식점이나 템플 등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다. 주로 친구들, 친척들, 회사 동료들, 가족들끼리 한자리에 모여 식사를 하기전에 꼭 애피타이저로 유생을 먹는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모두 일어나서 각종 야채, 연어, 과일, 과자를 아주 큰 그릇에 놓고 다 같이 젓가락으로 섞으면서 소원을 큰소리로 말한다는 것이다. 나도 올해 친구가 템플에 초대해주어 '건강', '머니'를 번갈아 가며 큰소리로 외쳤다. 유생을 하기 위해 같이 한자리에 모여 식사를 하는 문화는 독특하면서 재미있다. 

 

 

 

맛은?? 나에겐 아직도 좀 생소하다. 무슨 소스인지 잘 알 수 없는 소스 때문에 굉장히 달고 샐러드인데 과자가 들어가서 그런지 샐러드라는 느낌도 안들고 뭔가 재료들이 다 따로 따로 노는 느낌이다. 나는 그저 한 젓가락 맛만 볼뿐 소원은 열심히 빌었다.

 

 

 

 

물론 이 샐러드만 먹는 건 아니고 그 뒤로 코스요리를 먹거나 미리 주문한 메인요리를 먹을 수 있다. 

 

 

 

 

 

앙파오(Ang Pow) 

 

차이니즈 뉴이어가 되면 앙파오를 받을 수 있다. 한국으로 치면 세뱃돈 같은 개념인데 굳이 세배를 하지 않아도 그냥 받을 수 있다. 앙파오는 결혼을 한 사람들이 어린이나 미혼자녀들에게 봉투에 돈을 담아 준다. 나이에 상관없이 결혼을 한 친구가 싱글인 친구에게 앙파오를 주기도 한다. 특히 앙파오 봉투가 매우 중요한 것 같다. 상점에서 물건을 사도 늘 화려하고 예쁜 앙파오 봉투를 주기도 한다. 

 

 

 

 

 

꽁시파차이 (Gong Xi Fa Chai)

 

'부자되세요' 라는 의미로 앙파오를 주고 받거나 새해 덕담, 새해 인사라고 할 수 있다. 쇼핑몰에 가면 꽁시파차이 노래가 곳곳에서 흘러나온다. 

 

라이언 댄스

 

차이니즈 뉴이어가 되면 어김없이 라이언 댄스를 볼 수 있다. 사자 탈을 쓴 두명의 사람과 북이나 꾕과리를 든 사람들이 같이 돌아다니면서 사자 춤을 추는 문화인데 쇼핑몰이나 템플, 심지어는 회사에까지 와서 라이언 댄스를 추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라이언 댄스가 행복과 복을 가져다 준다고 믿는 전통적인 민속 공연이라고 할 수 있다. 

 

 

 

 

 

불꽃놀이

 

내가 본 말레이시아인들은 참 불꽃놀이를 좋아한다. 명절이나 공휴일이 되면 어김없이 불꽃놀이와 폭죽을 터트리기 여념이 없다. 1월 1일, 음력 설날, 하리라야, 디파발리 등 명절에는 여기 저기 온 동네에 불꽃놀이가 빠질 수 없다. 덕분에 그날 밤은 다 잔 거다. 지금 블로그를 쓰고 있는 이시각에도 새해를 알리는 불꽃 축제가 집앞에서 한창이다. 오늘따라 길고 크게 폭죽이 터지는 것 같다. 시끄럽긴 해도 가끔은 집앞에서 구경하는 불꽃놀이가 낭만적이라 좋을 때도 있긴 하다.

 

 

 

 

알고보면 중국계 말레이시아인들의 생활이나 문화 중에 한국과 비슷한 것들이 참 많이 있다. 그들만의 문화나 생활상을 알아가고 배우는 것도 참 재미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