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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청계산 단풍 -초보 등산코스

서울 인근 가볼만한 산

청계산 단풍 - 초보 등산 (등린이를 위한) 코스

 

어릴적 집이랑 가까워 가족들이랑 청계산을 참 많이 갔었다. 

이사를 가고 지하철이 뚫린 후로는 한번도 가보지 못했는데 이번에 단풍 구경하러 혼등을 나섰다. 

 

청계산에 가기 위해 신분당선 청계산 입구역에서 내렸다.  

역 바로 앞에는 코스모스 꽃밭이 펼쳐져 있었다.

이번 가을에 코스모스를 보지 못했는데 꽃밭을 보니 너무 예뻐서 꽃구경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청계산 대중교통으로 가는법: 

 

 

청계산을 가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래도 서울에서 간다면 가장 쉬운 방법은 지하철 신분당선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여기서 내려 조금만 걸어가면 되니 길을 잃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청계산 대중교통 가는법: 
청계산입구역 (신분당선) 2번출구 - - 도보 10분 --> 청계산 원터골 등산로 입구 

 

등산 날짜: 2019년 11월 초

 

 

 

 

지하철역에서 나와 10분 정도 걷자 익숙한 굴다리가 보였고 예전부터 많이 봐왔던 채소가게들이 보였다. 

등산할 때 짐이 무거울 듯하여 따로 과일을 사지는 않고 지나갔다. 게다가 이쪽 과일을 사려면 현금이 필요한데 이날 현금을 하나도 가지고 오지 않았다. 이 굴다리는 예전보다 많이 깔끔해진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옛기억을 떠올리려고 했으나 등산로는 늘 아빠, 엄마를 따라 간거라 전혀 기억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굴다리만큼은 정말 확실하게 기억이 나니 참 신기한 일이다.  

 

 

오늘의 등산코스는 매번 가던 매봉 정상을 찍는 것이다.

아래 등산 코스 사진을 첨부해두었다. 

 

 

 

 

★등산코스: 
원터골 입구 → 매봉 정상 코스 : 왕복 3시간 (등산: 2시간, 하산: 1시간) 

(원터골 입구 - 정자 (길마재)- 돌문바위 - 매바위- 매봉)
 ☆ 1500개의 나무계단으로 가장 힘든 등산 코스

 

 

 

12시 넘어 시작한 등산이지만 2시간 코스라고 써있어 매봉 정상까지 올라 갔다 오기로 마음 먹었다. 

원터골에서 시작해 정상 매봉을 찍고 오는 코스는 청계산 등산로 중 가장 힘든 코스라고 한다. 

산행 거리는 그렇게 길지 않지만 나무계단 1500개를 올라야하기 때문이다. 

 

 

원터골입구 기준 왼쪽으로 가면 매봉, 오른쪽(직진)으로 가면 옥녀봉 

매봉가는 초입에 쭉쭉 뻗은 시원시원한 나무들이 보인다. 이 즈음에서 옥녀봉으로 갈것인지, 매봉으로 갈것인지 길이 나뉜다. 

옥녀봉이랑 매봉은 전혀 반대에 있는 봉우리인데 옥녀봉이 시간적으로 조금 덜 걸린다. 

 

 

정상으로 갈 사람은 매봉쪽을 택하면 된다. 조금 더 하드코스를 원하는 사람은 옥녀봉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매봉을 가거나 매봉을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옥녀봉을 갔다 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등산 초입 부분에는 아직 빨간 단풍나무는 많이 보이지 않았다. 한창 단풍을 기대했는데 올해는 단풍 시기가 많이 늦어지는 건지 매마른 잎들도 많이 보였다. 대부분의 나뭇잎은 노란색과 초록색을 띄었는데 그래도 낙엽은 상당히 많이 떨어져 있었다. 

 

정말 끝없는 계단을 계속 오르느라 입고 있던 옷도 하나씩 벗고,

가지고 온 물도 먹고 과일도 먹고 쉬다 오르다 쉬다 오르다를 반복했다.

그래도 다행히 계단 중간중간 쉼터가 있고 의자가 있어서 쉴 수 있었다. 혼등이지만 속도가 비슷한 등산객들을 같은 쉼터에서 만나고 또 다음 쉼터에서 만나고 하느라 일행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오후 12시가 넘은 늦은시각에도 등산을 하는 무리들이 있으니 덜 무섭고 덜 외로운 것 같다. 

 

등산을 하고 나면 늘 잊어버린다. 산을 오를 때 이렇게 숨이 차고 힘들다는 걸 말이다.

등산을 시작한지 40여분이 지나니 드디어 처음으로 안내표지판이 등장했다. 

안내표지판 없이 40분을 계단만 오르다니 오늘 등산 제대로 한다. 

 

땀이 줄줄 흐를 때 즈음 지도를 보니 매봉까지 반 정도는 온 것 같다. 

그래도 다행히 중간중간 쉴 수 있는 의자가 있어서 체력을 충전하고 갔다. 

이쯤 올라오니 빨간 단풍나무도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신기하게 단풍나무는 위로 올라갈 수록 그리고 멀리 바라볼 수록 더 빨갛고 진한색을 볼 수가 있었다. 

 

가을엔 이렇게 노랑, 초록, 빨강, 주황 나뭇잎이 같이 있는 모양새가 참 예쁘다. 

단풍놀이를 제대로 하려면 등산을 해야하는게 맞구나 싶다. 새삼 가을이 오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제 '정자' 까지 왔다. 정자까지 오니 정자에 앉아서 쉬는 무리들도 있고 여기서 간단하게 밥을 먹는 무리들도 보인다. 

좀 더 정상으로 빨리 가서 쉬고 싶은 마음에 표지판을 둘러보니 여기서 정상까지 올라가는 방법은 2가지 있었다. 

 

 

 

하나는 우회로 (1000m), 나머지 하나는 헬계단 (800m)이다.

200미터 정도 차이쯤이야 하고 우회로를 선택했는데 우회로도 만만치 않게 힘들었고 계단도 생각보다 꽤 많이 있었다. 

그래도 800미터의 계단을 힘들게 계속 오르는 것보다야 훨씬 낫다고 생각하며 오르니 마음은 한결 편안하다. 

 

매봉 정상 가는 길. [왼쪽은 우회로 (1000m), 오른쪽은 헬계단 (800m)]

 

드디어 도착한 헬기장. 초입에서 헬기장까지 등산하는데 1시간 30여분이 걸렸다. 

 

 

헬기장에 도착하니 크고 뻥뚫린 공터에 평지라 대자로 누워도 될판이었다. 

여기서도 삼삼오오 모여 간식을 먹고 다들 쉬는 분위기였다. 지도상으로 봤을 때는 정상이 얼마 남지 않은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정상까지 가는 길도 꽤 길었다. 

 

돌문바위

그리고 맞이한 돌문바위. 

돌문바위앞에는 "청계산의 정기를 듬뿍 받아가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지나가던 등산객 아주머니는 2바퀴를 돌라고 일행에게 얘기했다. 

그래서 나도 2바퀴를 돌았다. 왜 두바퀴를 돌아야 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옛 풍속이겠거니 하고 그냥 따라한다. 

올라갈때도 이렇게 돌문바위를 돌았는데 내려올때도 소원을 빌어야겠다는 생각에 돌문바위를 또 돌았다. 

 

이제 어느정도 평탄한 길을 걷는다 싶으면 "매바위"가 나온다.

 

 

여기는 정상이 아니다. 어릴 때도 그렇게 많이 속았던 것 같은데 또 속았다.

대신 이곳은 정상보다 훨씬 경치가 좋다. 서울이 한눈에 다 보인다.

어릴 적 왔을 때는 없었던 저 멀리 제2롯데월드도 보인다.

경치가 제일 좋은 곳이라 바위에 서서 오래 머물고 사진도 많이 찍었다. 

 

 

매바위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정상도착이다!

582.5m 정상!!

 

 

 

 

 

정상에 오르니 바람이 차다. 옷을 벗어버릴 때는 언제고 다시 두꺼운 옷을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다. 역시 옷을 따뜻하게 입고 오길 잘했다고 속을 외치며. 정상에서 집에서 싸온 과일과 따뜻한 차를 마시고 다시 하산 준비를 했다. 

점심을 안먹고 등산을 했기에 배가 너무 고팠다.

쉬지 않고 서둘러 하산을 하니 하산은 1시간 뿐이 안걸렸다. 내가 내려올 때 즈음 시각이 3시가 넘었는데 이 때 올라가는 등산 무리들도 보였다. 그러고 보면 아직은 해가 길긴 한가보다. 

 

 


 

어릴적 우리 가족은 청계산 등산을 마치고 나면 항상 순두부를 먹고 식당에서 무료로 주는 비지를 가져오곤 했다. 

그때 갔던 그 식당을 나혼자서는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배고파서 그냥 순두부를 파는 곳 아무데나 들어갔다.

청계산에서 나오면 식당들이 줄지어 서있는데 요새는 카페들도 많이 있었다. 

 

음....순두부는 담백하고 포슬포슬해서 맛있었지만 8천원의 가성비를 따지자면 돈이 좀 아깝다. 

먹으면서도 쌈밥을 먹을걸, 보리밥을 먹을걸, 다른데를 갈걸 후회했지만 먹기 좋아하는 나는 다 먹었다.

그러고도 배가 고파 집에와서 밥을 또 먹었지만 다음에 청계산을 갈 때 혼자 오지말고 가족들이랑 같이 와서 그때 먹었던 그 순두부집을 꼭 찾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