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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Advice for Future Corpses)


샐리 티스데일 지음 / 박미경 옮김




한 달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이 책을 읽었다. 병원생활을 하면서 병과 죽음, 그리고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의미있는 죽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자신의 죽음은 물론,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준비하기 위한 책이다.

엄마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해 본 적이 있다. 나이가 들고 병들고 죽는게 막연하고 두렵다고만 생각해온 나와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계셨다. 엄마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말씀하셨다. 인간은 언젠가 나이가 들고 나이가 들면 몸 여기저기 고장나는게 당연하고 누구나 다 죽기 때문에, 인간이 태어나서 죽는 과정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죽음은 두렵지 않다고 하셨다. 죽을 때가 되면 죽음을 받아들이겠다는 태도로 말씀하신거다. 

한편, 언니는 인생은 너무 힘들어서 일찍 죽는게 꿈이라고 했다. 가능하다면 40대에 죽고 싶다고 했다. (얼마 남지 않았다.) 덧붙여 죽는 과정에 대해 생각해 봤을 때, 사고나 질병으로 인한 죽음은 본인이나 주변 사람들이 너무 괴로울게 뻔해 자연사가 가장 바람직할 것 같다라고 얘기한다. 일찍 죽고 싶지만 자연사로 죽지 않는 한 죽기 싫다면 언니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나 요즘은 100세 시대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한번쯤 어쩌면 그 이상, 저마다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다. 다만, 어떤 죽음이 좋은 죽음인지, 어떻게 죽을 것인지, 죽음 후 어떻게 내 몸이 처리되기를 바라는지 등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인간이 죽기 전 실제로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분위기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후반부 즈음 부터 괜시리 불편한 감정에 사로잡혀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을 자신이 없었다.  

내가 있던 병동은 신경외과 파킨슨 센터였다. 이름만 들어도 무서운 병동처럼 느껴지는데 죽어가는 사람들과 함께 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뇌질환으로 인해 장애가 생긴 사람들, 혼자 힘으로는 밥도 먹을 수 없고 거동을 할 수 없어 인지 재활치료를 해야만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과 가족들을 봐왔다. 

병원에서 책을 읽으면서 환자나 죽어가는 사람의 입장보다 그를 바라보고 간호하는 보호자의 입장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의료업계에 종사하지 않는 한, 불치병에 걸린 사람을 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고 환자나 보호자, 간병인의 삶, 그리고 병원생활을 이렇게 자세하게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책을 다 읽은 후 내가 왜 책을 읽는 내내 불편한 감정에 사로잡혔는지 알았다. 나는 죽음을 마주할 자신이 없고 두려운데 작가는 죽을 때가 오면 그냥 죽으라고 말하고 있다. 살아 있든 죽어 있든 그것이 그 순간의 전부라고 말한다. 또한 우리는 죽지 않겠다고 버틸 수 없고 이것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사실 필자는 가까운 사람의 죽음과 임종에 대한 과정을 실제로 보고 느낀 경험이 있다.저자는 죽어가는 과정은 안전하며 우리를 아프게 하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어쩌면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사후 처리하는 남은 사람은 마음이 많이 아프고 힘들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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