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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일상] 사회적 거리두기_락다운_ 냉장고 파먹기 #주간밥상

코로나 19 때문에 밖에도 안나가고 재택근무까지 하게 되니 자연스레 집콕생활을 한지도 이제 한달이 넘어간다. 
원래도 집밥을 자주 해먹기는 했지만, 밥순이인 나는 삼시세끼를 챙겨먹으려니 피곤했는지 결국 저번주에는 병이나고 말았다. 

 

4월 6일
아침: 죽, 된장국, 김치

위장에 탈이 나서 지난주 목요일부터 죽을 먹기 시작했다. 흰죽만 먹다가 월요일에는 잡곡밥 남은걸 냉동에 넣어둔게 생각나서 잡곡밥으로 죽을 끓였다. 잡곡이 원래 소화가 잘 안된다고 하는데 배가 고픈걸 보니 아픈것도 다 나은 것 같다. 이제 고기를 먹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신이 났다. 

 

4월 6일 
점심/저녁: 삼계탕, 삼계죽

자고로 몸이 허다고 느낄 때는 삼계탕 처럼 몸보신을 할 수 있는 음식을 먹어줘야 한다.
고작 닭다리 두조각으로 만드는 삼계탕이지만 이왕이면 제대로... 대추, 황기, 당귀, 결명자 등등 약재를 듬뿍 넣어 주었다. 닭다리 두조각으로도 삼계탕을 끓일 수 있다. 그런데 닭다리 2개로는 양이 차지 않은걸 보니 확실이 아픈게 다 나았다. 남은 국물로 죽을 끓여 먹었다.

 

4월 7일
멸치 주먹밥, 된장국, 버섯 야채볶음

예전에 어떤 음식점에서 먹었던 멸치 주먹밥이 생각났다. 밑반찬 여러개 만드는 것도 귀찮고, 이제는 플레이팅이고 뭐고 다 귀찮다. 잔멸치를 볶던 후라이팬에 밥과 김가루를 뿌려 주먹밥을 만들었다. 
국은 늘 된장국이다. 된장국은 발효식품이니까 몸에 좋으니 매일 먹어도 좋을 것이다. 아마도. 대신 된장국에 들어가는 재료는 그때 그때  냉장고 사정에 따라서 달라진다. 
반찬이 하나라도 있어야될 것 같아 된장국에 넣고 남은 버섯과 남은 채소들 피망, 오이를 같이 넣고 간장에 볶았다. 

 

4월 8일
항정살, 계란찜, 오이무침, 김치, 된장국, 무쌈, 양상추

이제 아픈것도 다 나았다. 기념으로 바로 고기를 먹었다. 그동안 아파서 고기를 못 먹었으니 맘껏 먹어주었다.
사이드 디쉬로 오랫만에 계란찜을 했는데 냄비가 없어서 작은 후라이팬에 했더니 맛은 계란찜이오, 모양은 계란볶음이 되어버렸다. 
이날은 오랫만에 같이 사는 일본인 친구랑 같이 밥을 먹었다. 친구가 오이무침을 했는데 맛있어서 레시피를 물어보니 아주 간단하다. 다음에 카피를 할 예정이다. 이날 우리는 그동안 못했던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집 계약이 끝나면 헤어지기로 했다. 

 

4월 9일 
점심: 연어덮밥, 오이무침, 깡꽁(모닝글로리), 가지볶음

아침에 엄청 일찍 일어난 김에 (늘 일찍 일어나지만) 가지를 볶아 아침 반찬으로 먹고 점심에도 돌려 먹기를 했다. 
일명 모닝글로리 또는 공심채라고 불리는 깡꽁을 처음으로 해먹었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깡꽁은 마늘이랑 같이 볶아 먹는 건데 도저히 어떻게 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삶은 뒤에 참기름과 간장을 조금 넣고 무쳤다. 전날 친구가 선보였던 오이무침도 새로운 반찬으로 도전해보았다. 
저번주에 연어 큰거 하나를 다 먹고 탈이 나서 이번에는 반개만 튀겼다. 간장 조금과 올리브유 아주 살짝 넣고 연어를 잘게 부숴 덮밥식으로 먹었다. 연어는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 


 

4월 9일
잡곡밥, 된장국, 오이무침, 두부김치, 나물(깡꽁)

된장국에 보라색 양배추를 넣었더니 국 색깔이 마녀 레시피처럼 보인다. 
친구들한테 집밥 선생이라고 사진을 보내주었더니 #건강하다, #절밥 먹니 등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4월 10일
간식: 망고+ 요거트

아침마다 사과를 먹지만 사과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점심먹고 오후에는 늘 간식이 땡긴다.
요즘 나의 최애 과일은 망고. 망고를 살짝 얼려서 요거트에 같이 넣어 먹으면 정말 최고다. 

 

4월 10일
카레, 김치

이번주에 카레 맛집을 블로그에 포스팅하다가 문득 냉장고에 카레가루가 남아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그래 오늘 저녁은 카레를 해먹어야겠다. 
재료는 냉장고 파먹기. 당근, 피망, 양파, 버섯, 돼지고기. 재료를 썰어 냄비에 넣다보니 한끼로 끝낼 수 있는 양이 아니다. 카레는 늘 그렇다. 하다보면 양 조절이 안된다. 

 

4월 11일
점심: 카레. 백김치

아침은 대충 있는 나물이랑 밥이랑 먹고, 점심으로 남은 카레를 데워 먹었다.
주말은 정말 요리하기 귀찮다. 

 

4월 11일
저녁 배달음식: 통닭, 김밥, 참치마요 주먹밥, 샐러드, 소떡소떡

락다운으로 인한 쿼런틴(quarantined) 이후로 배달음식은 처음으로 시켜먹었다. 배달음식을 시켜먹기로 전날 밤부터 구상을 하고 혹여나 일찍 마감될까 이날 새벽부터 일어나 통닭을 주문했다. 친구가 김밥을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서 1인 1줄씩 두줄을 주문했다.
이날 배달을 받기까지 참 우여곡절이 많았다. 
분명 저녁 6시에 받기로 했는데 6시 40분이 넘어가도록 내 치킨이 오지 않았다. 사장님께 연락을 했다. 사장님이 한참을 확인해보셨는지 치킨이 중간에 사라졌다고 다시 만들어 보내주겠다고 하셨다. 배달앱에는 배달 완료로 뜨는데 배달하는 사람은 잠수를 탔는지 전화 연결도 되지 않고 (맞는 번호인지 확인하라는 음성 메세지만 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정작 나는 내 치킨을 받지 못했다. 사장님과 나는 모두 당황했다. 내 치킨은 어디로 갔을까 아직도 나는 의문이다. 그 배달원은 나한테 배달료를 현금으로 받아가야 하는데 오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치킨에 눈이 멀어 치킨을 본인 집으로 가져간것 같다. 두번째로 보내주신 치킨은 안전하게 내품으로 왔다. 덕분에 배가 터지게 먹고도 음식이 남았다. 

 

4월 12일
아침: 어제 먹다 남은 김밥

아침에 공복에 운동을 하면 늘 배가 고프다. 어제 먹다 남은 김밥 한줄로 배를 채웠다. 
아침부터 김치를 담그느라 하루 반나절이 다 갔다. 

 

4월 12일
아보카도 비빔밥, 김치

아보카도로 장미꽃을 만들어 예쁘게 플레이팅을 하고 싶었지만 실패했다. 계란 후라이도 예쁘게 하고 싶었지만 실패했다.
플레이팅 실력도 언젠간 늘겠지... 그냥 늘 하던대로 예쁨을 포기하고 맛있게 비벼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