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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사람, 하정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되는 ‘이것’

 

 

영화배우이자 영화감독인 하정우의 <걷는 사람, 하정우>는 이번이 두번째로 집어드는 책이다. 첫번째는 도서관에서 시간 관계상 반정도 읽고 내려놓았고, 두번째는 다시 끝까지 읽고 싶어 이번에 전자책으로 구매를 했다. 두번째 이 책을 집어들고 읽고 있자니, 얼마전에 읽었던 켈리 맥고니걸 저자의 <움직임의 힘>과 겹치는 부분이 많이 있었다. 

걷기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것만 같았던 과거의 어느 막막한 날에도, 이따금 잠까지 줄여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지금도 꾸준히 나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 <걷는 사람, 하정우> 서문 중-

 
언제부턴가 걷기를 무척 좋아하게 되었다. 여의도로 출퇴근 하던시절에는 칼퇴를 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마포대교를 건너 버스로 10분 거리를 약 40분이 넘게 걸어 집까지 걸어왔다. 쇼핑삼아 나갔다 광화문이나 명동에서 집까지 걸어다닌 적도 많았다. 그렇게 무작정 걷는 날은 근심 걱정을 뒤로 하고 지나가는 사람 구경, 주변 건물이나 경치를 구경하며 나만의 시간을 가졌다. 지금 돌아 생각해보니 그때는 급할 것 없이 주변을 둘러보며 도심속을 걷는 것이 나만의 즐거움 중 하나였다. 그래서 지하철, 버스 몇 정거장 거리를 걷는 것이 하나도 힘들지 않은 일이었다. 생활 반경이 바뀌면서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고 자연스레 걷는 일을 멈추게 되었다. 이후 건강에 적신호가 온 이후 부터 다시 걸어 봐야겠다고 결심을 하였지만 어디를 어떻게 걸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지금은 또 코로나 19로 인해 걷기를 멈추게 되버렸다. 걷기에 대한 약간의 갈망을 느끼던 찰나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걷는 사람, 하정우>를 통해서 다음 두가지를 배울 수 있었다.  

힘들수록 움직이자!

 

우리는 힘들면 보통 쇼파와 혼연일체가 되어 한 손에는 리모콘을 들고 손가락 운동만 열심히 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이것이 잘 쉬는 법이라고 애써 위로한다. 주말동안 쌓인 피로를 풀겠다고 스마트폰, 컴퓨터, TV 시청을 하는 것은 잘 쉬는 것이 아닌 오히려 뇌를 계속 자극하고 노동시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지쳤을 때, 의외로 많은 이들이 계속 먹거나 종일 자거나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거나 하는 식으로 '몸을 움직이지 않는 방법'을 택한다. 하지만 이러면 분명 쉬긴 쉬었는데도 통 나아지는 게 없다는 느낌이 든다. 일상으로 복귀해야 하는 날이 닥쳤는데도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 왜 푹 쉬었는데도 여전히 피곤할까 의아해하면서 말이다.

언젠가부터 나는 힘들때마다 속으로 이렇게 되뇌게 되었다.

'아, 힘들다 걸어야겠다.


나는 힘들수록 주저앉거나 눕기보다는 일단 일어나려 애쓴다. 몸과 마음이 완전히 고갈되었다는 느낌이 들 때 오히려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간다. 팔과 다리를 힘차게 흔들면서 온몸에 먼지처럼 달라붙은 귀찮음을 탁탁 털어내 본다. 그렇게 걷다 보면 녹슬어서 삐걱거리던 몸과 마음에 윤기가 돈다. 

- 2부, 힘들다, 걸어야겠다 - 중


그렇다면 잘 쉬는 것은 대체 어떻게 하는 걸까? 전문가들은 산책을 통해 머리를 비우고, 일단 움직이라고 말한다. 책 <움직임의 힘>에서는 규칙적인 움직임은 뇌에서 무기력해진 보상체계를 살릴 수 있다고 얘기한다. 또한, 꾸준한 움직임은 엔도르핀, 세로토닌, 노르아드레날린 등 기분을 좋게 하는 뇌 화학물질을 증가시킨다. 
즉, <걷는 사람, 하정우>가 말하는 힘들수록 몸을 움직이라는 이야기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이야기이다. 

도무지 꼼짝하고 싶지 않은 날 아침엔 일단 일어나 한발, 딱 한 발만 떼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 한 걸음이 가장 무겁고 어렵게 느껴지겠지만 이내 깨닫게 될 것이다. 머릿속에 굴러다니는 온갖 고민과 핑계가 나를 주저앉히는 힘보다 내 몸이 앞으로 가고자 하는 힘이 더 강하다는 것을.


- 2부, 한 발만 떼면 걸어진다_이불 밖이 쑥스럽게 느껴지는 날- 중

 

규칙적인 루틴을 정해놓고 내몸과 일정을 맞추자!

 

루틴이란 내 신변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얼마나 골치 아픈 사건이 일어났든 간에 일단 무조건 따르고 보는 것이다.

나에겐 일상의 루틴이 닻의 기능을 한다. 위기상황에서도 매일 꾸준히 지켜온 루틴을 반복하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희미하게나마 보인다.

내가 지키는 루틴은 다음과 같다.


-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일단 러닝머신 위에 올라가 걸으며 몸을 푼다.
- 아침 식사는 반드시 챙겨먹는다.
- 작업실이나 영화사로 출근하는 길엔 별일이 없는 한 걷는다.

- 2부, 힘들다, 걸어야겠다_바쁘고 지칠수록, 루틴!- 중

나만의 루틴을 만든다는 것은 정해진 판을 짜고 틀을 세우는 것이다. 나의 최근 루틴은 아침에 일어나 물을 한 모금 마시고 공복에 운동을 하고, 아침밥을 먹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매일 반복되는 루틴이 지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루틴은 하루를 허둥대며 시작하는 것 대신, 오늘 하루를 안정감 있게 시작하고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심신의 안전 장치가 된다.

<걷는 사람, 하정우>는 말한다. 루틴이 습관이 되면 몸에 익은 습관은 불필요한 쓸데없는 생각의 단계를 줄여준다고 말이다. 우리가 악순환의 늪에 빠져들려 할 때는 너무 감정적인 것에 집착하기 보다는, 규칙적인 루틴에 따라 몸을 움직여주는 것이 에너지가 될 수 있다.  

일단 몸을 일으키는 것. 다리를 뻗어 한 발만 내디뎌보는 것.

이러한 행동들이 매일같이 이어져 습관이 되면 그 다음부터는 별다른 노력 없이도 일어나 걸을 수 있다. 몸에 익은 습관은 불필요한 생각의 단계를 줄여준다. 우리는 때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에 갇혀서 시간만 허비한 채 정작 어떤 일도 실행하지 못한다. 힘들 때 자신을 가둬놓는 것, 꼼짝하지 않고 자신이 만든 감옥의 수인이 되는 것, 이런 것도 다 습관이다. 스스로 키워 놓은 절망과 함께 서서히 퇴화해가는 것이다.
하지만 걷기가 습관이 되면 굳이 고민하지 않고 결심하지 않아도 몸이 절로 움직인다. 

- 2부, 한 발만 떼면 걸어진다_이불 밖이 쑥스럽게 느껴지는 날- 중
이 루틴이 습관으로 자리 잡으면, 힘들 때마다 망설이고 고민하기보다는 일단 움직이게 될 것이다.
루틴의 힘은 복잡한 생각이 머리를 잠식하거나 의지력이 약해질 때, 우선 행동하게 하는 데 있다. 내 삶에 결정적인 문제가 닥친 때일수록 생각의 덩치를 키우지 말고 멈출 줄 알아야 한다.

- 2부, 힘들다, 걸어야겠다_바쁘고 지칠수록, 루틴!- 중

 

 

이 책에서 하정우가 보여주는 것은 마냥 걷기에 대한 장점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흔히 걷기와 인생을 많이 비유하듯이 우리의 인생도 걷기와 비슷하다고 말하고 있다. 인생에 있어서 잘못된 길은 없다. 따라서 너무 무리하게 걸을 필요도 없다. 서로 가는 길이 다를 뿐이며, 나의 길이 조금 더디거나 험난한 길이 더라도 내 길을 나만의 보폭과 페이스에 맞게 걸어나가면 된다. 

 

그래서....어디 하정우 같은 남자 없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