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디지털 시대의 사후 세계] 개인 데이터 잊힐 권리 vs 지킬 권리 당신의 선택은?

당신은 당신의 유산이 세상에 영원히 남기를 바라는가, 아니면 당신이 남긴 디지털 발자국이 파도에 쓸려가는 모래사장의 발자국처럼 완전히 사라져버리기를 바라는가?


『디지털 시대의 사후 세계』



죽음은 항상 우리 가까이에 있다. 나이가 들어 병들어 죽을 수도 있고 갑작스런 사고로 죽을 수도 있다. 또, 뜻하지 않게 큰 병에 걸려 죽음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 



당신은 당신이 죽은 이후 다른 사람들이 당신의 정보에 접근하는 것에 신경을 쓰는가? 아니면 당신의 프라이버시가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또 만약 당신의 프라이버시를 공개할 수 있다면 누구에게 공개할것인가?






지난 여름, 대학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고 난생 처음 제법 큰 수술을 하였다. 수술을 앞둔 상황에서 죽음에 관해 보다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만의 하나라도 수술이 잘못 되었을 경우를 많이 생각한 것이다. 이 때 내가 가장 처음 한 일은 휴대폰 잠금을 해제하고, 메모장에 은행 정보를 포함한 SNS, 각종 웹사이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어두는 것이었다. 그렇다. 나는 유언장을 작성하는 일 보다도 내 개인 정보, '프라이버시' 잠금 해제하는 작업을 먼저 하였다. 



책 <디지털 시대의 사후 세계>에서는 사후 디지털 발자국과 사후 프라이버시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당시 나는 페이스북의 기념 계정(고인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계정)이나 사후 디지털 자산을 관리하는 법에 관해 무지했다. 단순히 내가 죽은 뒤 재산 또는 문화, 예술적 사후 자산 권리가 당연히 상속자에게 넘어가는 것처럼 디지털 자산 또한 같은 맥락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여기서 의사소통 프라이버시 관리 이론이 다시 전면에 부각된다. ...(중략).... 이 이론은 누군가가 '사적' 정보, 즉 자기 자신에 관한 개인적인 내용을 공유할 때, 그와 같은 공유 행위를 통해 그 정보의 본성이 근본적으로 변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 정보의 주인이 더 이상 그 정보에 대한 유일한 소유권을 지니지 못하는 만큼, 그 정보 역시 예전과 같은 '사적인'성질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일단 당신이 누군가에게 오직 당신만 알고 있던 정보를 발설하면, 당신이 선택한 그 상대는 그 정보에 대한 공동 주주가 되어, 프라이버시 경계를 영원히 뒤바꿔놓게 된다. 


『디지털 시대의 사후 세계』






이 책에서는 죽은 사람에게도 프라이버시를 누릴 권리가 있다는 개념이 그 어느 때보다도 유의미한 시기라고 말한다. 디지털 형식의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메시지 등이 종이로 된 편지나 쪽지보다 훨씬 더 개인적이고 광범위하고 또 노골적인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반면 많은 유족들이 사랑하는 사람이 남긴 문서나 사진에 접근을 차단당해 괴로워 하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묻는다. 한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수많은 공동 주주의 권리와 뒤얽혀 있는 지금 같은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죽은 사람의 프라이버시라는 난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