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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러피언] 유러피언을 통해 본 관광산업 :: 18세기부터 포스트 코로나 시대까지

올랜도 파이지스의 <유러피언>은 유럽사의 전반적인 사회, 문화, 예술, 경제 등을 다루는 책이다. 그중 특히 철도 혁명을 통해 전반적인 문화산업 격변의 시기를 잘 보여주어 클래식, 오페라와 같은 음악, 출판, 미술, 여행 산업 등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세명의 주인공인 여가수이자 작곡가 폴린 비아르도, 언론인 루이 비아르도, 러시아 소설가 이반 투르게네프의 삼각관계 이야기가 현시대의 막장 드라마와 비슷한 맥락도 있어 아주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고전 문학, 유명한 유럽의 예술가들, 엔터테이먼트 문화 산업 등에 대한 디테일한 이야기 중 나의 눈길을 끈 내용은 내가 몸담고 있는 여행 산업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 책을 읽고 여행 산업의 과거부터 현재, 미래까지 그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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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러피언

울프슨 역사상, W&H 스미스 문학상, NCR 도서상 등각종 역사 도서상을 수상한 역사학자 올랜도 파이지스의 대작 신간!‘하나의 유럽’이란 슬로건은 어떻게 생기게 되었나?그 중심에 있는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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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러피언을 통해 본 관광 산업의 태동


1780년대 유럽 귀족 및 문예가들이 지식과 견문확대를 위한 여행 '그랜드 투어'가 유행하면서 여행의 황금시대를 맞이하였다. 이들이 더 멀리, 손쉽게 여행할 수 있었던 그 배경에는 교통수단 '철도'의 발달이 있었으며 이와 동시에 호텔, 레스토랑, 투어 등과 같은 경제활동도 덩달아 성장했다. 

1860년대에 이르러 유럽의 대도시는 물론이고, 무수한 지방 소도시들도 철도로 여행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1850년대와 1860년대의 철도 부설 속도는 눈부실 정도였다. 어디에서나 철도는 경제적 성장, 정치적 안정, 국민 단합의 핵심 사항으로 여겨졌다. 
철도 부설에 들어가는 투자가 그 20년 세월에 모든 투자(정부와 민간)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그랜드 투어(유럽 일주 여행)는 영국의 귀족들이 거의 주름잡고 있었다. 그것은 자신의 지적 성장을 촉진하는 수단으로 유럽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여행 모델이 되었다. 영국의 그랜드 투어가 최고조에 달한 1780년대에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은 한 해 약 4만 명의 영국인들이 유럽 대륙을 여행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 <유러피언>  중 -


이후, 철도의 발달은 여행업을 출현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증기선이 운항하면서부터는 지역을 관광하는 '스몰 투어'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덕분에 전에는 소수의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던 해외여행이 이제는 훨씬 많은 대중들도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시기로 발전하였다. 철도 발달이 대량 관광 산업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해외여행이 대중화가 되면서 여행책자 출판, 여행사 설립, 여행기, 여행잡지 창간 등 여행 산업도 나날이 발전해갔다. 사람들은 남들 못지않게 유럽의 가장 중요한 모든것을 보고 싶어 해 유럽의 위대한 예술 작품을 관람하고 역사적인 미술관, 박물관 등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토마스 쿡은 이러한 시대 흐름에 발맞춰 여행사를 설립하여 관광객 모집 및 단체 여행 상품 판매, 전세열차를 운행하는 등 관광의 대중화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확장하기도 했다. 
폴린이 프랑스, 독일, 영국, 러시아 등 해외 공연을 돌면서 최대의 수입을 올렸던 때도 바로 이 시기이다.

쿡은 가능한 많은 사람이 자유 여행을 다닐 수 있게 하는 것을 회사의 사명으로 삼았다. 
쿡은 단체 투어를 직접 여러 번 따라다니면서 적절한 호텔과 식당을 추천했다. 쿡은 1868년부터 몇몇 호텔에 투숙하는 관광객들을 위하여 사전 쿠폰 제도를 도입했는데, 이것은 현대 패키지여행의 밑바탕이 되었다. 이 가격은 중산층에게 충분히 부담할 수 있는 액수인 데다 매력적이기까지 했다. 그들은 짧은 시간에 중요한 관광 명소를 다 보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 <유러피언>  중 -


덕분에 유럽 사람들은 전과는 다르게 자신들을 유럽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유럽의 문화 엘리트들 사이에서는 유럽식 감수성이 생겨나는 등 '유럽인의 정체성'을 형성하였다. 

 

유러피언 시대, 그 이후 현대 관광 산업 

항공산업과 인터넷의 발달은 여행 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이 되었다. 욜로(YOLO)족,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등의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젊은 층들을 중심으로 여행 트렌드가 패키지에서 자유 여행으로 급변하게 된 것이다. 그 변화에는 노동시간의 감축이나 유급휴가가 보편화 되면서 여가시간이 증가하고 항공, 버스, 자가용, 렌터카 등 이동과 접근성이 용이한 여행 교통수단이 발달하게 된 것이 한 몫하기도 했다. 

디지털이 세상을 지배하면서 온라인 여행사(OTA), 글로벌 여행사의 등장이 여행 업계의 판도를 흔들기 시작했다. 이제는 호텔이나 항공권, 심지어 자유여행 속 투어 예약까지 누구나 손쉽게 여행 일정을 짜고 온라인으로 모든것을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젊은 층들은 블로그, SNS, 유튜브 등을 통해 여행을 기록하거나 공유하는 등 자기 정체성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켰다. 한편, 여행업의 시초가 되었던 토마스 쿡 여행사는 이런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결국 2019년 파산하였다. 

또 단순히 명소를 여행하는 게 아니라 현지 생활을 체험하는 걸 선호하면서 근거리 주말여행, 한달살이, 호캉스, 액티비티 여행 등이 급부상한 추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관광업 비판의 근거에는 여행이란 더 높은 수준의 해외 문물을 체험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상이 깃들어 있다. 여행자들은 그들이 방문하는 외국 도시들의 생활과 문화를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감상한다고 주장하면서, 천박한 관광객들과 자기들을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광객들은 단체로 움직이면서 현지 주민들과 어울리지 않고 또 어느 한 도시에 오래 머무르지도 않는다. 이에 비해 여행자들은 자신들이 해외 도시의 발견되지 않은 부분을 탐구하며, 정신을 풍부하게 함양하는 방식으로 현지의 실제적인 전정한 문화를 체험한다고 주장한다.

여행기 문학은 이러한 아이디어를 권장한다. 초창기 철도 부설의 위대한 시대는 유럽 여행기 문학의 황금시대와 일치한다. 1850년대에 여행기 발간 붐이 일었다. 1860년 프랑스에서 발간된 <투르 드 몽드> 같은 새로운 정기간행물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어서, 또 다른 여행 잡지의 창간을 가져왔다.

- <유러피언> 중-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관광 문화 산업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 19 ‘팬데믹’을 선언한 지 두 달이 지나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산업이 바로 관광산업이다. 유럽의 경우 관광산업이 GDP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그 비율이 높은 관광 천국이다. 전 세계 각국이 코로나 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을 폐쇄하고 국민들의 이동제한명령을 실시하면서 관광산업은 물론 경제 상황이 한 층 더 심각해졌다. 전문가들은 이제 코로나 19 이전의 사회로는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한다. 코로나 19 그 이후 여행은 어떤 모습일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여행 업계에 큰 패러다임 변화가 예상되는 시점이다. 안전과 청결이 우선시되면서 비대면 활동, 소규모, 맞춤형과 같은 청정, 힐링 여행이 선호될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일정 거리가 확보된 캠핑, 드라이브, 펜션 혹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식된 고급 호텔이나 개인 풀빌라가 있다.
또 요즘 유행하는 랜선 여행이나 증강, 가상 현실 (AR, VR), AI 로봇 등 새로운 스타일의 언택트 관광이 생겨날 것이다. 이는 이미 음악, 공연 예술 분야에서 유튜브 채널로 무관중 라이브 공연을 하거나, 해외 곳곳 거리를 1인칭 시점으로 담은 해외여행 채널 등이 인기를 끌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현실이 진행 중이다. 

우리는 최근 이슈 장기화로 인한 답답함을 호소해 외출과 여행에 대한 욕구를 해소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여전히 전염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은 존재한다. 코로나 잠식 후 자유로운 여행까지는 장기적인 텀(term)이 예상되지만 현재의 위기를 기회와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야할 때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900쪽짜리 벽돌책 유러피언"

벽돌 책 <유러피언>은... 

<유러피언> 책은 내 인생 처음으로 읽은 900쪽짜리 두꺼운 역사책이다. 900쪽이 얼마나 두꺼운지 책을 받아보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다. 게다가 역사를 정말 싫어하는 나로서는 이 책을 다 읽을 엄두가 도저히 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유럽 문화와 고전의 배경과 예술가들에 대한 아주 자세한 이야기, 중간중간 세 주인공의 삼각관계 이야기는 마치 소설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또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무지했던 유럽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를 높일 수 있어 훗날 유럽을 여행하면 읽은 만큼 더 많이 보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